손톱을 깎으며 - 이해인 수녀님 (시집 : 시간의 얼굴)

참 오래전에 연서(Love Letter)의 의미로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시간의 얼굴”을 선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삶에 치열할 때라 시(詩)에 그다지 관심을 기울일 만한 정신적 여유가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알게 되었는데요.

수도자의 길을 걷는 그분의 일상과 마음이 시집(詩集) 속에 고스란히 그려져 있었습니다. 집중해서 모두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이 시(詩) 같은 경우 특별히 세월이 오래 지나도 기억에 또렷합니다.

아주 평범한 일상을 시(詩)로 승화했기에 마음에 더욱 애착이 갑니다.

손톱을 깎는 일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다시 돌아오는 일과입니다. 당연히, 손톱 발톱을 깎을 때마다 불현듯 이 시가 생각납니다.



이해인 수녀님(1945.6.7.~)의 [손톱을 깎으며]는 시집 [시간의 얼굴]을 통해 발표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 한편] 손톱을 깎으며 | 이해인 수녀님 1-one-poem-04-740

 손톱을 깎으며 [ 이해인 수녀님 ]

언제 이만큼 자랐나?
나도 모르는 새
굳어버린
나의 자의식

무심한 세월이 얹힌
마른 껍질을
스스로 깎아낸다
조심스럽게

언제 또 이만큼 자랐나?
나도 모르는 새
새로 돋는
나의 자의식

ⓒ이해인(수녀) 시집 : <시간의 얼굴>

영상 : Phoresto’s Quem River
[시 한편] 손톱을 깎으며 | 이해인 수녀님 1-one-poem-01-600

[시 한편] 손톱을 깎으며 | 이해인 수녀님

시간의 축 선상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시간의 축 선상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이해인님의 [시간의 얼굴] 속에 그려진 일상처럼 무의미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가진 얼굴은 이런 것들일 수도 있습니다.

시간은 얼굴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을 형상화하는 것은 작가와 예술가들의 몫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손톱을 깎으며 | 이해인 수녀님 - [시 한편] 1-one-poem-05-600[모든 사진, Phoresto]

오늘은

이해인 수녀님의 아름답고, 한번 읽으면 손톱을 깎을 때마다 기억이 날지도 모르는, 그래서 우리에게 귀찮을 수도 있는 “손톱 깎는 일”이 의미 있는 일로, 무심한 세월이 무심하지 않도록 하는 그런 장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해인 수녀님의 [손톱을 깎으며]를 다시 읽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