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Updated on 2026/07/14 by Tomylove
매년 1월 1일이 되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대화가 있다.
“근린공원에 가서 해돋이나 보자.”
“싫어.”

“새해를 맞았으니 뭔가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겠냐.”
“내 계획은 무계획이다. 작심삼일도 싫다.”
“그래도 작심삼일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잠이나 자겠다.”
몇 해가 지나도 이 대화의 결말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작심삼일(作心三日), 영어로 옮기면 a short-lived resolution 정도 되는 이 말은, 새해가 될 때마다 누군가의 다짐과 누군가의 잔소리 사이에서 어김없이 등장한다.
12년 만에 돌아온 말의 해, 그리고 반복되는 다짐
이 글을 처음 쓴 것은 2014년, 갑오년(甲午年)이었다.
그해는 청마(靑馬)의 해라 했다. 그리고 정확히 12년이 지난 2026년, 다시 말의 해가 돌아왔다.
이번엔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다.
같은 동물의 해가 12년을 주기로 돌아오듯, 같은 대화도 해마다 되풀이된다.
해돋이를 보러 가자는 제안과 그것을 거절하는 대답, 뭔가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냐는 채근과 계획이 없는 게 계획이라는 대꾸.
12년 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는 그 반복 자체가 하나의 관찰거리가 됐다는 점이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의 정확한 뜻
작심삼일은 ‘단단히 먹은 마음(作心)이 사흘(三日)을 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결심이 굳지 못함을 이르는 말’로만 풀이돼 있을 뿐, 그 이상의 다른 의미는 없다.
한자로 이루어진 말이다 보니 중국에서 건너온 표현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중국어에는 이런 표현이 없다. 홍익인간이나 함흥차사처럼, 작심삼일도 한자를 빌려 국내에서 만들어진 표현에 가깝다.
조선시대 관리들의 자조에서 시작된 말
작심삼일의 유래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장유승 교수는 한 칼럼에서, 그 뿌리를 <태종실록>에 실린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에서 찾는다.
고려의 공무는 사흘을 못 간다는 뜻으로, 정책이 시행과 개정과 폐지를 반복하던 여말선초의 혼란한 행정을 꼬집은 말이다.
세종대왕도 처음엔 부지런하다가 결국 게을러지는 게 우리나라 사람의 고질병이라며, 이 속담이 빈말이 아니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 다른 자료에서는 유몽인의 <어우야담>에 등장하는 ‘조선공사삼일’을 유래로 든다. 명재상 류성룡이 지방에 보낼 공문을 역리에게 맡겼는데, 사흘 뒤 수정 사항이 생겨 회수하려 하니 역리가 애초에 공문을 돌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유를 물으니, 사흘 뒤엔 어차피 내용이 바뀔 거라 생각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작 ‘작심삼일’이라는 표현 자체가 문헌에 등장하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1681년, 우암 송시열이 손자에게 보낸 편지다.
책을 열심히 읽는다니 기쁘다면서도,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하라고 당부하는 대목이다.
왜 하필 ‘3일’인가
우리 속담에서 3이라는 숫자는 흔히 ‘적지 않은 기간’을 뜻한다.
사흘을 굶으면 도둑질 안 할 사람이 없다는 말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도, 3이라는 단위를 결코 짧게 쓰지 않는다.
그렇다면 작심삼일 역시, 3일조차 못 간다는 조롱보다는 한 번 다짐해서 사흘을 지켰으면 그것대로 오래 버틴 것이라는, 다소 다른 결의 해석도 가능해진다.
새해 결심은 왜 매번 사흘을 넘기지 못하는가
결심이 무너지는 이유를 의지의 문제로만 돌리면 매번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 실제로는 몇 가지 구조적인 이유가 더 크게 작용한다.
목표가 너무 크고 추상적이다. ‘건강해지겠다’, ‘열심히 살겠다’ 같은 다짐은 오늘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실행 가능한 단위로 쪼개지지 않은 목표는 사흘째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 놓인다.

환경이 그대로다. 야식을 끊겠다면서 야식을 시키기 쉬운 환경은 그대로 두고, 담배를 끊겠다면서 흡연자들과의 술자리는 그대로 이어간다.
의지만으로 환경을 이기려는 시도는 오래가지 못한다.
즉각적인 보상이 없다. 사람은 먼 미래의 이득보다 지금 당장의 편안함에 더 크게 반응한다. 결심을 지켰을 때의 보상이 몇 달 뒤에나 확인되는 구조라면, 사흘째부터 동기는 급격히 식는다.
작심삼일을 이기는 법 - 실패를 계획에 넣기
작심삼일을 극복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역설적으로 작심삼일을 없애려 하지 않는 것이다.
목표를 3일 단위로 쪼개기
1년 계획, 한 달 계획 대신 사흘 단위의 아주 작은 목표를 세운다. 사흘마다 다시 결심하는 걸 실패로 여기지 않고, 원래 그런 것으로 받아들이면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사흘씩 백 번을 반복하면 그것으로 1년이 채워진다.
환경을 먼저 바꾸기
의지를 시험하기 전에 환경을 정리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야식 배달 앱을 지우고, 담배와 라이터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두고, 운동복을 현관 앞에 걸어두는 식이다.
결심이 발휘될 상황 자체를 줄이는 쪽이, 매 순간 의지력을 쥐어짜는 쪽보다 오래간다.
기록하고, 다시 시작하기
습관 트래커 앱이든 종이 달력이든, 지속 여부를 눈에 보이게 기록하는 것만으로 성공률이 달라진다.
2026년 현재는 AI 기반 리마인더나 습관 관리 앱들이 흔해진 만큼, 매일 같은 시간에 알림을 받고 짧게 기록을 남기는 정도의 장치만으로도 충분하다. 중요한 건 하루 놓쳤다고 전체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사흘이 무너지면, 그다음 사흘을 다시 시작하면 된다.
2026년 병오년, 어떤 해인가
2026년은 육십갑자 중 병오년(丙午年)에 해당한다. 천간의 병(丙)은 불과 붉은색을, 지지의 오(午)는 말을 상징해, 흔히 ‘붉은 말의 해’라 부른다. 병오년은 60년마다 한 번 돌아오는데, 직전 병오년은 1966년이었고, 다음은 2086년이다.
민속학과 명리학에서는 병오년을 불과 불이 겹치는 해로 보아, 변화와 전환의 기운이 강한 시기로 해석한다. 이런 해석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온 풀이라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다.
흥미로운 건, 이 글을 처음 썼던 2014년의 갑오년도 ‘말의 해’였다는 점이다. 12년을 사이에 두고 같은 동물의 해가 색을 바꿔 돌아온 셈이다. 그때의 다짐이 무엇이었는지는 가물가물하지만, 대화의 패턴만큼은 신기하리만치 그대로다.

자주 묻는 질문
작심삼일은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결심이 오래 유지되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이와 같은 뜻으로만 풀이돼 있다.
작심삼일은 중국에서 유래한 표현인가요?
아니다. 한자로 이루어진 사자성어이지만, 중국어에서는 쓰이지 않는 표현으로 국내에서 만들어진 말에 가깝다. 유래로는 조선시대 행정의 일관성 없음을 꼬집은 ‘고려(조선)공사삼일’이 주로 거론된다.
2026년은 무슨 띠의 해인가요?
병오년(丙午年), 즉 붉은 말의 해다. 60갑자 중 43번째 조합으로, 60년 주기로 돌아온다.
작심삼일을 극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인가요?
목표를 사흘 단위로 잘게 쪼개고, 의지보다 환경을 먼저 정리하는 것이다. 하루 놓쳤다고 전체를 포기하지 않고, 사흘이 무너지면 다음 사흘을 다시 시작하는 태도가 장기적으로 더 유효하다.
올해도 해돋이는 가지 않을 것 같다. 계획을 세우라는 말에는 여전히 무계획이 계획이라 답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 가지는 달라졌다.
작심삼일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됐다는 것. 사흘마다 새로 마음을 먹는 일을, 실패가 아니라 원래 그런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 병오년, 붉은 말의 해에도 결심은 여전히 사흘짜리일 것이다. 다만 그 사흘을, 몇 번이고 다시 시작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