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심란하거나 번뇌에 휩싸이면 읊조리는 시 문구가 있습니다.
“번뇌는 별빛이라….”
조지훈 승무(僧舞) | 마음에 시 한편
오늘은 조지훈 선생님의 승무(僧舞)를 다시 되새겨 봅니다. 이 조지훈의 승무를 다 외우고 계신 분 있나요?
아마도 문학적으로 관심이 많거나 기억력이 뛰어난 분이 아닐까 합니다.
일부 구절만 기억나고, 자주, 되새기는 횟수가 많은 “번뇌는 별빛이라”는 구절 외에 시 전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구절구절 재음미하고 돌아봅니다.
승무(僧舞) [ 조지훈 | Cho Chi-hun, The Great Poet of Korea ]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훠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청록집(靑綠集), 을유문화사, 1946>
조지훈 선생님의 “승무(僧舞)”
공부로 배운 것 하고
스스로 느껴서 마음에 와 닿는 것과는 차이가 있지 않나 합니다.
지나간 시절에 공부로 반쯤 억지 삼아 배웠던 마음에 시 한 편이 세월이 지나 현대에 와서 와 닿는 느낌과 감상은 차이가 크게 나는 듯합니다.
아마도 세파에 지쳐서 또는
세파를 많이 겪다 보니, 그 모든 경험과 삶의 이력들이 쌓여서 시(詩)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는 내공이 생긴 게 아닐는지요?
오늘은 우리가 지난 학창 시절에 배웠던 조지훈 선생님의 “승무(僧舞)”를 다시 읽고 재음미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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