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케냐 솔섬 사진과 대한항공의 저작권 논란을 보며 #2
마이클 케나(Michael Kenna)와 대한항공간의 저작권 침해 소송의 핵심을 본격적으로 논하기 이전에 다음의 사진 작품을 감상해보시고, 나름대로 평가를 해보시기를 권장합니다.
자연물에 대해 담은 사진 작품에 대해 저작권이 있냐. 없냐 하는 너무 직접적인 언급을 떠나, 누구나 담을 수 있는 그런 피사체, 즉 대상물에 대해 표현한 사진 작품에 대한 저작권이 생길 수 있는가의 범위로 지평을 넓히는 게 어떨까 합니다.
작품 사진만 먼저 보세요(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아시는 분이라도 다시 한번 봐 주세요).
사진 하단에 그 거래 가격을 적시했습니다.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드리기 위해 여백을 좀 두었습니다.
[ 99Cent Ⅱ, Diptychon by Andreas Gursky (2001), 가로 400 pixel 스틸, 출처 : 국내신문사 ]
생각해볼 수 있는 여백을 위해 논점과 관련 없는 별도의 사진 두 가지를 넣었습니다
[ 강(River), phoresto 스틸 ]
[ 지리산의 봄(Spring of Jirisan) I ]
위의 안드레아 구스키(Andreas Gursky) 사진 작품은 2007년도 소더비 경매에서 약 334만 불, 우리 돈으로 약 36억원에 판매된 “99 센트 II”라는 작품입니다.
2007년도 기준이니 지금은 배 이상 올라 최소 70억원이 넘을 수도 있습니다.
좀 놀랍지 않습니까? 사진 작품 한 장이 50억 원 이상을 호가한다는 사실이?
게다가 더 놀라운 사실은, 세계적 추세로 볼 때 이 조차도 저렴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진 작품이 국제 시장에서 회화 작품에 비해 약 1/10 가격에 형성되고, 최근 몇 년간 그 상승 추세가 예사롭지 않다는 점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 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데요. 이는 중국의 경제 성장에 동반한 국가적 지원 분위기도 한 몫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배병우 사진작가님의 “소나무” 또한 여러 전시회와 우여곡절을 거쳐 처음에 약 3,000만원 전후에 판매되었으나 지금은 1억원 넘게 호가되고 있다고 합니다. 세계 수준에 비하면 아직 한참 모자라지만……. 우리나라의 사진 작품 가격 형성은, 사진 작품을 대하는 국내의 풍토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국내 대기업 들의 사진 공모전을 보면, 수상작에는 몇십 몇백만원을 주면서 복제권이나 사용권 개념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아예 일체의 권리(즉, 저작권 자체)를 양도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가 절대 다수입니다.
제 경험도 다르지 아니한데, 모 회장님 인터뷰에 사진사로 동반했는데, 대하는 분위기가 ‘사진 그거 대충 찍어도 되지 않냐’는 것이었습니다. 참 씁쓸함이 오랬동안 지속되어 왔지만, 이 이야기는 논외라 생략하겠습니다.
참고로, 이번 마이클 케나의 작품들은 에디션에 따라 2,000$ ~ 7,000$ (약 220만원 ~ 760만원)으로 형성된다는 보도를 본 바 있습니다.
위의 사진 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논점에 다가서기 위해 하나의 사례만 인용합니다.
위 사례를 인용, 적시하는 이유는 이번 논란과 관련하여 사진 작품에 대한 저작권의 인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그 핵심 내용과 매우 무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우리가 위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되면, 웬만한 전문가라도 그 작품성을 쉽게 평가하기 힘듭니다. 아마도, 배병우 작가님의 “소나무” 작품 또한 그러한 과정을 밟았으리라 백번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위 작품과 관련하여, 작품만 본다면 아마추어가 아니라 심지어 전문가라 할지라도 , ‘어, 뭐 이따위 사진을 작품이랍시고?’라는 반응을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작품의 대상이 너무도 일상적인, 우리나라의 1,000원샵, 좀 큰 슈퍼마켓 같은 ’99 cent’ shop을 대상물을 담은 작품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자, 여기서 한번 생각해보시죠.
저런 장면은 누구나 쉽게 담을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그리고 저보다 훨씬 더 뛰어나게, 다양하게 담을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답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 지리산의 봄(Spring of Jirisan) II ]
문제는, 너무도 평범해 보이고, 누구나 담을 수 있는 피사 대상물에 ‘작가의 정신과 노력’이 투영, 투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은 것을 그는 작품으로 승화했고,
작가의 정신을 대중과 Art 세계에 알리려는 노력을 했고,
그것을 전문가와 구매자가 공감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진작가의 정신이 하찮아 보이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피사 대상물은 지구상에 수억 수십억 수백억이상이 존재합니다.
게다가, 웬만한 아마추어 사진작가라 해도 한번 출사하면 수백 컷 이상의 장면을 담고, 불과 1년 동안만 하더라도 10,000장 이상의 사진을 충분히 담을 수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 또 한참을 고릅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반 인터넷 갤러리에 게시하는 사진조차도 수십 장 수백 장 중의 하나를 고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며, 또 남들이 어떻게 볼까 숙고하고 또 숙고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엔 게시자의 정신과 생각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몇 년이 지나서 그 중에서 Pickup을 해서 (보정을 거치든 안 거치든) 발표할 수도 있습니다.
즉, 다시 말하면, 출사를 해서 담는 피사 대상물의 선정에 들어가는 노력에, 구도와 구성, 색감 등 기술적 요소와, 그 이후에 선별하는 노력 또한 만만치 않으며, 그 결과물로 발표한 작품을 대중에게 알리려는 노력 또한 절대 허술하게, 가벼이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안 이라고 해서, 담을 곳이 몇 곳 없나요? 몇 곳이 없다고 판단하시면, 스스로의 안목을 다시 돌아보시는 게 좋지 않나 합니다.
우리나라 섬 숫자만 해도 3,000개가 넘습니다. 우리나라 산하 곳곳, 섬과 바다, 생활 주변의 일상 속에서 등 담을 수 있는 대상은 수백만 수천만 수억 가지가 가능하며, 거기에 구도와 구성만 달리하는 표현 방식까지만 곱해도 수억 수천억 이상에서 무한대의 작품이 가능합니다.
보편적으로 사진 저작물의 작품성을 보는 기준에 대해서는 우리는 크게 나누어,
1. 피사대상물의 선정,
2. 구도,
3. 구성,
4. (빛, 질감 및 기타 기술적 요소들이 결합한)색감,
그리고 작가의 의도를 투사하기 위해 완성도 높게 담고, 선별하고, 작품화하고, 알리려는
5. 작가의 정신과 노력
등의 총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다섯 가지 외에도 얼마든지 더 있을 수 있으나, 제가 보는 견해로 다섯 가지를 들었습니다.
게다가 나열되어 있는 다섯 가지 작품성 판단 기준이 같은 비중 또는 무게를 가지느냐에 대해서도 아니라고 잘라 말할 수 있습니다.
분명히 경중은 존재합니다. 어떤 것에 더 비중을 둘 것인가 또한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 참고로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는 “사진저작물은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셔터찬스의 포착, 기타 촬영방법, 현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되어야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하여 사진저작물의 성립요건을 정하고 있습니다.(98다43366) ]
(글이 길어져서 #3편에서 계속.)
댓글 시스템 DisQus 처음 설치하고 테스트 중입니다.
반갑습니다.